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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교토삼굴(狡兔三窟): 미래를 대비하는 디지털 전략

2024.08.13

‘교토삼굴(狡兔三窟)’은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과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 나오는 말이다. ‘영리한 토끼는 굴 세 개를 파서 위기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토영삼굴(兎營三窟·토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세 개의 굴을 파 놓아둔다)’이라고도 한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과 그의 식객 풍훤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맹상군은 풍훤이 준비한 세 개의 비책 덕분에 오랜 기간 제나라의 상국으로 지내면서도 화를 피하고 역사에 남는 명재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교토삼굴, 토영삼굴과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 ‘안불망위(安不忘危·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이 있다. 미래의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들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사상 최대 IT 블랙아웃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MS 운영체제(OS) 윈도를 사용하는 전 세계 곳곳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IT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공항에서는 발권·예약과 수속이 중지되고, 병원에서는 예정된 수술이 중지되고, 증권거래소는 거래가 중지되고, 금융기관은 입출금이 중지되는 등 재앙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MS 애저를 통해 배포한 보안 업데이트 패치가 MS 윈도와 충돌하면서 시작됐다.

피해는 막대하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한 손실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 파라매트릭스는 MS를 제외한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124곳이 이번 사태로 인해 손실을 입었으며, 총 피해액은 54억 달러 규모라고 추산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부문은 의료로 19억 4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은행(11억 5000만 달러)과 항공사(8억 6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MS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한 델타항공은 자사가 5일 동안 5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엔터프라이즈 매니지먼트 어소시에이츠의 연구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 스테픈은 서비스 지연, 재작업, 브랜드 평판, 미실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막대한 피해의 대부분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직접 손실 비용의 10~20% 이내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호텔 숙박 

빅테크들은 세계 주요 거점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인프라(Infrastructure-as-a-Service, IaaS), 플랫폼(Platforms-as-a-Service, PaaS), 소프트웨어(Software-as-a-Service, SaaS)의 등 여러 유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이들에게 수익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기업 CIO들에게 독자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공간, 인력, 비용 등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사용한 공간과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니 효율적이라고 유혹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특정 상황이나 특정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은 유용하다. 과거 현대차가 신차 발표나 슈퍼볼 광고 등 일시적으로 대량 트래픽의 발생이 예상됐을 때 서버 증설 없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대응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업무와 관련된 IT 자산을 외부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 MS발 IT 블랙아웃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클라우드는 IT 자산을 자사 건물에 직접 두고 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대비 초기 투자 비용이 낮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기업 상황에 맞춰 제대로 설계하지 않는다면 추후 운영·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호텔을 예로 들어 보자. 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내 집을 갖는 것보다 투자도 적은 데다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받으니 편하고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집 없이 매일 호텔에서 숙박한다고 생각해보라. 마냥 편하고 좋기만 할까? 숙박기간이 길어지면, 총비용 측면에서도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기업의 디지털 자생력 강화

다행히 국내 기업들은 이번 블랙아웃 사태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예약 시스템과 몇몇 온라인 게임 서버가 먹통이 되는 등의 피해가 있긴 했지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은행 등 주요 기업에서는 피해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안 차원에서 자체 데이터 서버(온프레미스)를 이용하거나 망 분리를 기반으로 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위탁 범위 조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MS가 아닌 다른 빅테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에 인프라 자원의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위탁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기업들이 디지털 자생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IT 인프라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구성 요소 등 엔터프라이즈 IT 환경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를 뜻한다. 인프라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 멈추게 된다. 그러므로 인프라는 사용자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용성(Availability), 무결성(Integrity), 신뢰성(Reliability)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사태로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IT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다.

 

변화의 시기, CIO와 CEO의 역할

이런 변화의 시기야 말로 기업의 디지털 전략을 책임지는 CIO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기업의 디지털 자생력 강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기민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CIO로서 기업의 핵심 자산인 IT 자원을 외부에 맡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의 책임이라고 남 탓해서는 안 된다.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데이터센터를 기획하고 가동하기까지는 통상 4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 시작해도 4년 뒤에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CIO는 더 늦기 전에 CEO와 CFO를 설득해 IT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나 있는 동안만 문제 없으면 된다는 ‘나만 아니면 돼’와 같은 태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복불복 게임’에서나 있을 일이다.

CEO도 마찬가지다. 많은 CEO들이 디지털 경영을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인정한다. 디지털 전환, 데이터 중심 경영, 시스템 경영이 중요하다고 앞다퉈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투자를 결정하는 의사결정의 순간에 디지털 전략 투자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정보화를 당장의 비용 지출 관점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과거 H사에 근무할 당시, 북미지역 서비스·부품 물류혁신 과제를 기획해 최고경영층에 보고한 적이 있다. 보고를 받은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이 사업을 일이십 년 할 것이 아니니, 물류 창고를 위탁이 아니라 매입해 물류체계를 혁신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으로 수년 후에 북미지역 판매량이 급증했을 때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부품 공급이 가능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프로세스 혁신 과제를 보고 받고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H사의 최고경영자처럼 진정으로 기업의 오십 년, 백 년 대계를 고민하는 CEO라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정보화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토끼의 속도와 지혜가 필요

초식동물로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 단계에 위치한 토끼에게 안전과 방어는 그 자체가 생존전략일 것이다. 사방이 천적인 토끼는 시속 60~80km의 속도로 달린다. 천적을 만났을 때 재빠르게 도망가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도망가다’라는 뜻의 ‘토끼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그도 부족해 굴까지 판다. 토끼들은 평균 1.5m 길이의 굴을 파는데, 유사시에 대비해 비상구와 다른 굴과의 통로도 만든다고 한다. 

개미 구멍에 둑이 무너진다는 ‘의혈궤제(蟻穴潰堤)’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작은 구멍도 매일 손질하지 않으면 제방이 무너진다. 제방이 무너진 후에는 후회해도 늦다. 

토끼의 속도와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위기가 감지된다면, 서둘러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한낱 미물(微物)인 토끼도 세 개의 굴을 파서 위기에 대비하는데, 우리 기업은 과연 미래를 위해 몇 개의 굴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차동원 에이치엔아이엑스 HNIX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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